한국 공군 F-4D 팬텀 전투기 인수

1969년 8월 29일 – 한국 공군 F-4D 팬텀 전투기 인수

1969년 8월 29일 대구기지에 있었던 도입식에서 6대의 팬텀기를 지휘한 강신구 중령(왼쪽)에게 아내가 꽃다발을 걸어주는 장면. (공군 제공)

29일 오전 10시35분. 공군 OO기지 맑게 갠 하늘에 얼룩무늬 동체에 태극마크도 선명한 신예전폭기 F4D ‘팬톰’기 6대가 폭음소리 우렁차게 그 웅장한 모습을 나타내자 지상에서는 환호성과 박수소리가 환영식장을 휩쓸었다. 장장 1만 2천Km의 태평양을 횡단, 우리나라에 처음으로 도입된 이 ‘팬톰’기는 한국 공군이 연내로 O개대대 OO대를 더 인수함으로써 우리공군의 비약을 약속, 세계막강공군의 대열에 서게 된 것이며 한국공군은 ‘마하1’(음속과동일)의 차원에서 ‘마하2’(음속2배)의 차원으로 뛰어 오른 것이다. ‘하늘의 도깨비’ 팬톰기가 우리하늘(ADIZ=항공식별구역)에 그 웅자를 나타낸 것은 29일 오전 9시 55분. OO대의 F5A편대가 6대의 팬톰기 편대를 옹위하고 한영비행을 벌였다. 강신구 중령(35)이 조종하는 팬톰 1번기가 날개를 상하로 흔들어 답례, 10시 5분 ‘세계 제일의 추남’으로 애칭되는 팬톰 편대는 한라산을 오른쪽으로 굽어보며 기수를 OO기지 방면으로 바로 잡았다. 10시 35분 OO기지 상공에 나타난 팬톰 편대는 환영식장에서 터지는 환호성과 박수소리가 지상을 휩쓰는 가운데 빅토리 대형을 그리며 동쪽 활주로를 미끄러져 집더미만한 비행체를 내려놓았다. 드디어 강 중령을 선두로 OO명의 보라매들이 헬멧을 벗어들고 만면에 웃음을 띠며 비행기에서 내리자 김성룡 공군참모총장이 굳은 악수로 이들을 맞이했으며 강중령의 동생인 영화배우 신성일(본명 강신영)군도 달려 나와 형을 반겼다. 공군 군악대의 개선행진곡이 울려퍼지는 가운데 이들 수훈의 조종사들은 가족들로부터 꽃다발을 받았는데 강중령은 “세계 막강의 팬톰 조종사로서 새로운 각오와 긍지를 가지고 하늘을 지키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굳은 결의를 다짐했다.
– 1969년 8월 29일 동아일보 3면 ‘미그기 잡는 제공의 왕자 팬톰기’

지난 1969년 도입되어 영공을 수호해온 공군 11전투비행단 151전투비행대대의 F-4D 팬텀 전투기가 도입 40주년을 맞이합니다. 당시 신문 기사를 찾아보니 팬텀기의 도입은 아주 커다란 뉴스였습니다. 1960년대 당시 미그-21 전투기와 일류신-28 전폭기 등을 운용하고 있던 북한의 공군력은 한국 공군력의 2배 이상의 전투력을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되었죠.

우리 공군은 남북 공군력의 비대칭을 해소하고 공군 현대화를 위해 F-4D 전투기를 간절히 원하고 있었습니다. 이 기종은 미 공군에서도 막 실전배치가 이뤄지고 있었던 그야말로 ‘최신예’ 기종이었습니다.

 

1968년 1월, 북한 무장 게릴라들에 의한 청와대 습격 사건과 미 해군 ‘푸에블로’호 피랍사건으로 한반도의 긴장이 고조되자 정부는 외교적 역량을 총동원하여 미국 정부를 설득하였고, 결국 국군의 베트남전 3차 파병과 관련하여 미국 정부가 우리나라에 제공한 특별군원 1억불 중 6,400만불을 들여 F-4D전투기를 도입한 것이죠. (당시 신문은 F-4D형의 가격이 2백 만불, 5억6천만원이라고 소개하고 있군요) 67년 미국의 사이러스 반스 특사와 최규하 외무장관이 합의한 것은 국군 1개 사단을 추가로 베트남에 파병하는 대신 미국은 1억불을 한국군 현대화 자금으로 지원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그야말로 우리나라의 젊은이들이 베트남에서 흘릴 피의 대가였던 셈이지요.

이런 우여곡절을 거쳐 우리나라는 미국, 영국, 이란에 이어 세계에서 4번째 팬텀 보유국이 되었습니다. 공군은 1969년 7월 10일 F-4D 운용을 위해 151 대대를 창설했고, 그해 8월 29일 대구 기지에서 F-4D 6대를 최초로 인수합니다. (위에서 소개한 동아일보 기사에서 언급된 OO기지는 대구기지였군요^^) 이후 국민들이 모은 성금으로 구입한 ‘방위성금 헌납기’(제 또래라면 80년대 초까지 TV애국가 화면 속에 등장하던 이 비행기를 기억하시겠죠?)를 포함하여 총 70여대의 F-4D 전투기를 도입하였고, 현재는 20여 대를 운용하고 있습니다.

 

지난 40년 동안 F-4D 전투기의 활약은 대단했습니다. 71년 소흑산도 대간첩선 작전을 비롯, 83년 구 소련 TU-16 요격, 84년에는 역시 구 소련의 TU-95 및 핵잠수함을 요격, 식별하였으며 98년에도 동해에 출현한 러시아 정찰기 IL-20을 요격하는 등의 성과를 올렸죠.

F-4D를 40년간 운용한 국가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며, 이는 정비사들의 헌신적인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공군 제공)

특히 151 대대는 창설 이후 40년 동안 F-4D 전투기만을 운용해왔는데 85년 이후 23년 10개월 동안, 누적 비행시간으로는 8만 6천 시간의 무사고 기록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것은 특히 우리 정비사들의 뛰어난 정비역량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겠죠. F-4D 생산 당시 설계수명은 4,000시간이었지만 74년부터 83년까지 미 공군은 항공기 동체와, 날개 등 18개 부위를 보강하는 항공기 기골보전 프로그램을 실시해 수명을 8,000시간 연장함에 따라 우리 공군도 79년부터 10년간에 걸쳐 이를 동일하게 적용해 수명을 연장했다고 하는 군요,

11전투비행단장 박재복 준장은 “세계에서 유일무이하게 F-4D를 40년 동안 운용하였고, 23년 이상 무사고 기록을 이어가고 있는 것은 조종사와 정비사 등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최선을 다해 임무를 완수했기 때문”이라며 “F-4D가 명예롭게 퇴역하는 그날까지 무사고 신화를 이어갈 수 있도록 최상의 정비와 부대관리에 온 정성을 다하겠다”고 밝혔습니다.

F-4D 전투기 도입 4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대대 조종사들이 한자리에 모여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공군 제공)

아쉽게도 F-4D 전투기는 내년이나 2011년께 완전 도태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우리 공군은 F-4D 이외에 17전투비행단 산하 3개 대대에서 F-4E 팬텀 전투기 70여대를 운용하고 있는데 이는 1970년대에 주로 도입한 것으로 향후 10년 이상 운용이 가능할 것으로 공군은 전망하고 있습니다.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이륙전 최종기회점검중인 F-4D와 F-15K. (공군 제공)

참, 위 동아일보 기사에서 언급된 배우 신성일씨의 형님 강신구 중령은 후일 공군 소장으로 예편하셨다가 지난 2002년 지병으로 고인이 되셨다는 군요.